고원장은 사전 약속 없이 보스톤의 하버드 레이저 센터로 앤더슨 박사를 찾아갔고, 당돌한 동양인 의사의 패기를 기분 좋게 받아들인 앤더슨 박사와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 자리의 인연으로 2년 후 하버드 레이저 센터에서 앤더슨 박사와 공동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인 피부과 의사가 레이저 개발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외국에서 연구 개발 및 실험을 끝낸 레이저를 의사가 시술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국인 임상의가 레이저 개발에 참여한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임상의가 직접 레이저 개발에 참여한 만큼 레이저의 성능을 100% 혹은 그 이상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더구나 아무리 의료용이라 하더라도 모든 기계는 기본적으로 시장성을 바탕으로 개발됩니다. 그러므로 대개의 레이저 기계는 수요가 많은 백인 중심의 기계였던 것이 사실이고 아무런 검증 없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들여 온 기계 중 몇 개는 한국인에게 맞지 않아 자연 도태되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환자는 자신도 모르게 실험 대상이 되고 의사는 자신의 뜻과 달리 찾아 온 환자를 대상으로 기계를 실험하는 꼴이 되어 버립니다. 고원장이 하버드 레이저 센터에서 개발한 기계는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기계라는 장점도 있지만 통증이 거의 없고 기존의 기계에 비해 시술 횟수가 훨씬 적습니다.
그는 시술 횟수를 지금보다 더 줄여 환자에게 좀 더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기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녁 식사 후 밤 12시까지 실험을 하고, 새벽 3시까지 연구를 계속합니다. 든든한 후원자가 나타난다면 순수하게 한국인의 힘으로 레이저를 개발하고 싶은 것이 그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