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한 동기는 그 당시에는 생소하게도 이마가 좁아서 털을 제거하여 이마를 넓히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의 기술로는 절연침(가는 바늘의 끝부분은 전류가 흐르도록 되어 있지만 중간 부분은 전류가 흐르지
않도록 절연이 된 침)을 털을 따라 피부속으로 집어넣고 털의 주변에 전류를 흘려 털을 태워 제거하는 방법
만이 가능 했습니다. 이 방법으로 하더라도 문제는 한번의 시도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서 일정 부분은 영구적인 제거가 되지만 대부분 털이 다시 자라 나오게 되어 다시 반복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점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실제 시술에서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털을 하나 하나 제거하기 때문에
시술에 필요한 시간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겨드랑이 정도는 참고 견디면 한시간 정도에 시술이 끝날 수 있지만 이마선 부위와 같이 면적은 작지만 많
은 털이 모여있는 경우는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시술이었습니다.
입원까지한 그 여자분을 하루에 4-5시간씩 4일간 시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어야 했던 환자분은 이마가 아픈것은 물론 허리까지 아프고 시술하던 저도 장시간 시술에 결국, 졸립고
지겹고 제 허리마저 아프고 정말 즐겁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술 도중 '제발 다음 시술은 받으러오지
마세요'를 마음속으로 계속 외쳐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이분을 통해서 이마가 좁은 분이 받는
스트레스가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레지던트를 마치고 인제대학교 백병원 피부과 교수로 재직하는 도중 미국 하바드 의대 부속 레이저
센터(Wellman Lab.)로 연수를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레지던트때나 교수로 재직 중에 간간히 레이저 시술에
관한 논문을 썼던 경험과 타고난 기계에 대한 호기심 등으로 하바드 레이저 센터에서의 생활은 제 자신의
인생에서 색다른 경험이자 가장 즐거웠던 시기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바드 레이저 센터에서 하게 된 연구의 주제는 털을 제거하는 제모 레이저의 성능 분석이나 향상에 관한 것이
주였고 그 이외에 혈관용 레이저나 박피용 레이저의 성능 향상에 관하여였습니다.

다음페이지에서 계속됩니다...